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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앞에서 멈춘 사람들: '새로운 문맹'

by 쑤아Lee 2025. 4. 3.

요즘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예전처럼 종업원이 주문을 받는 경우가 점점 줄고 있어요. 대신 입구 한쪽에 서 있는 키오스크 앞에서 손님들이 줄을 서서 음료나 음식을 직접 주문하고 있죠. 처음엔 낯설었던 이 기계가 어느 순간부터는 일상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마트, 병원, 영화관, 공공기관까지도 키오스크 없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어요.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사람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거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그런데 이 편리함 속에서 조용히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바로 '디지털 문맹'이라고 불리는 분들이에요. 오늘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문맹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키오스크 앞에서 멈춘 사람들: '새로운 문맹'
키오스크 앞에서 멈춘 사람들: '새로운 문맹'

 

디지털 문맹이라는 말은 스마트폰, 인터넷, 키오스크 같은 디지털 기술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리켜요. 문자해독이 어려웠던 과거의 문맹과는 달리, 지금의 문맹은 글은 읽을 수 있지만 기계를 다루지 못해 사회생활에 불편을 겪는 새로운 형태의 소외예요. 특히 고령층, 장애인, 외국인 같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키오스크 하나가 커다란 장벽이 될 수 있어요. 메뉴가 복잡하거나, 화면이 너무 작거나, 결제 방식이 낯설면 기계 앞에서 손이 멈추고 마음도 조급해지는 거죠. 결국 주문을 포기하거나,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죠. 

 

이런 경험은 단지 불편함을 넘어 자존감에도 영향을 줍니다. '왜 난 이것도 못하지?', '이렇게까지 해서 밥을 먹어야 하나?',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그냥 나와버렸어요.' 이런 이야기는 실제 키오스크 앞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에요. 더 나아가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특정 장소를 아예 피하게 되기도 하고, 사회적인 고립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편리함을 추구한 기술이 의도치 않게 어떤 이들에게는 '새로운 차별'이 되고 있는 셈이에요.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 시대에 생겨난 '새로운 문맹' 현상을 키오스크를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해요. 키오스크는 단지 하나의 기계가 아니라, 지금 사회가 기술 중심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에요. 그리고 그 상징 앞에서 누가 멈추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아요. 

 

키오스크 앞의 당황: 기술은 왜 모두를 위한 게 아니었을까?

키오스크는 분명 더 빠르고 효율적인 주문 시스템이에요. 하지만 그 키오스크 앞에서 멈춰서는 사람들을 보면, 이 기술이 모두를 위한 것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돼요. 특히 고령층이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키오스크는 처음부터 '친절한 기계'가 아니었어요. 화려한 화면, 한꺼번에 쏟아지는 메뉴, 복잡한 결제 방식은 오히려 위압적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누르면 뭐가 나올지 모르겠고, 한 번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요.

실제로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분들은 메뉴가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시고, 글자가 빠르게 바뀌거나 한 화면에 너무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에도 매우 불편해하셨어요. 키오스크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눈높이나 속도를 맞추기보다는 '모두가 똑같이' 사용하는 걸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반응이 느리거나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으면 뒤에서 줄 선 사람들의 시선까지 신경 쓰게 되죠. 그렇게 마음이 조급해지고, 결국 '난 못하겠어'라는 포기로 이어지는 일이 너무 많아요.

문제는 이런 불편함을 경험한 분들이 다시 그 장소를 이용하지 않게 된다는 거예요. 한 번 두 번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외식, 병원, 관공서 같은 기본적인 사회서비스 이용조차 꺼려지게 되고요. 특히 지역 사회 안에서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분들에게는 생활권 자체가 축소되는 셈이에요. 도시 속에서 누구는 모든 걸 '터치 한 번'으로 해결하는데, 누구는 '못 해서 안 간다'는 말이 나오는 거죠. 이건 단지 기술을 못 쓰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이동권과 생활권의 격차로 연결되는 심각한 문제예요.

게다가 대부분의 키오스크는 '정상적인 사용'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요. 예를 들어 손이 불편한 사람이나,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 글자를 읽기 어려운 사람은 처음부터 이 시스템에 진입하기 어려워요. 디자인은 멋지고 세련될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그 '디자인'이 접근을 막는 장벽이 되는 거죠. 장애인, 외국인, 노년층을 위한 보조기능은 아직 대부분의 기계에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지 않고, 있다고 해도 제대로 안내되지 않아서 사용이 거의 불가능해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이제는 알아서 해야지'라는 말로 서로를 내버려두고 있어요. 하지만 정말 모든 사람이 똑같은 속도로 기술에 적응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은 기계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리고, 손이 식은땀이 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감정은 종종 '뒤처진 사람'이라는 말로 치부되기 쉽고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그 기술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더 큰 수치심과 외로움을 안겨주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어요.

더욱 안타까운 건, 이런 문제를 직접 겪는 분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거예요. 기술은 빠르고 화려하게 발전하지만, 그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뉴스나 정책에 잘 반영되지 않아요. 한 예로, 한 시각장애인 분은 키오스크에서 점자 안내도 없고 음성 지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국 옆 사람의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고 해요. 그분은 "왜 내가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는 데조차 남에게 의존해야 하죠?"라고 이야기했어요. 이건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서, 인간의 존엄과 자율성에 대한 이야기예요.

우리가 기술을 만들고 사용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을 편하게 하자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처럼 일부에게는 편리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벽처럼 느껴지는 기술이라면 그것은 완성된 기술이라고 할 수 없어요. 키오스크라는 시스템은, 지금 우리 사회가 누구를 배려하고 누구를 배제하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상징 중 하나예요. 누군가는 빠르게 지나가는 자판 하나로 주문을 끝내지만, 누군가는 그 자판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서 있다가 결국 뒤돌아 나가야 하는 현실. 이 차이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무인화를 통해 편리함을 얻는 대신, 사람 사이의 간극을 더 넓히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디지털 문맹'이라는 낙인: 세대와 소통의 단절

'디지털 문맹'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낙인이 될 수 있어요. 단순히 기술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문맹'이라고 부르는 건, 자칫하면 그 사람의 경험과 삶 전체를 평가절하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특히 고령층에게는 이런 낙인이 더욱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어요. 평생 열심히 살아왔고, 시대의 변화를 묵묵히 따라온 분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이건 당신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거예요"라는 식의 분위기는 상처가 될 수 있어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대 간의 소통 단절도 심화되고 있어요. 젊은 세대는 키오스크나 인공지능 서비스에 익숙하고, 오히려 사람과 대면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어요. 반대로 나이 든 세대는 사람을 통해 대화하고 요청하고 피드백을 받는 게 더 편하죠.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고, 기대하는 서비스의 형태도 다르기 때문에 점점 대화의 공통분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왜 저렇게 느리게 하지?', '왜 이런 것도 못 하지?'라는 불편한 시선이 생기게 돼요.

실제로 키오스크 앞에서 시간을 조금만 오래 써도 뒤에 서 있는 젊은 손님들이 한숨을 쉬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이런 눈치는 기계보다 더 강한 압박이 되기도 하죠.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실수하는 것'이 아니라,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불편해할까 봐'라는 불안이에요. 그 마음은 결국 위축으로 이어지고,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 사회적 활동을 줄이는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이런 상황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손주를 자랑스러워하던 할머니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보낼 줄 몰라서 가족 단체방에서 소외되고, 병원 예약도 앱으로만 가능해져서 병원 가는 것조차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는 이제 흔한 사례예요. 기술이 삶의 중심이 되면서, 그것을 익히지 못한 사람들은 어느새 중심 밖으로 밀려나 있는 거죠.

여기에 '나는 기술을 못 배워'라는 자기 낙인이 더해지면 상황은 더 어려워져요. 나이 들어서 새로운 걸 배우는 데 대한 두려움, 남에게 물어보는 게 민망해서 생기는 거리감, 그리고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외로움까지. 이런 감정이 복합적으로 쌓이면, 결국에는 디지털 기술 자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발전하기도 해요. 그렇게 되면 기술은 단순히 불편한 걸 넘어서, 세대 간 신뢰와 소통 자체를 막는 벽이 될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이런 소외를 해결하는 일이 단지 기술 교육 하나로 끝나는 건 아니에요. 실제로 많은 지자체나 기관에서 '스마트폰 교실', '키오스크 체험 교육'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교육도 단발성에 그치거나, 너무 기초적인 내용을 반복하다 보면 오히려 자존감만 더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기술 교육은 단순히 기계를 다루게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워주는 과정이 되어야 해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공감과 인내, 꾸준한 격려가 있어야 하고요.

세대 간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기술은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해요. 그리고 젊은 세대가 먼저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도 중요해요. 가족이나 동료, 이웃 사이에서 서로 도와주고, 느리지만 함께 해보려는 시도가 쌓이면, 기술은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어요. 디지털 문맹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부끄러운 단점'이 아니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숙제'로 인식될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가 필요해요.

 

공존을 위한 인터페이스: 누구도 멈추지 않는 기술을 위해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의 키오스크나 무인 시스템은 모두를 위한 기술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많아요. 그렇다면 정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즉 누구도 멈추지 않게 만드는 시스템은 가능할까요? 정답은 '가능하다'예요.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디자인'과 '태도'에서 비롯돼요. 우리가 기술을 설계할 때, 처음부터 다양한 사용자의 경험과 필요를 고려한다면, 그것은 단지 편리한 기술을 넘어 따뜻한 기술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일부 키오스크는 최근 음성 안내 기능을 탑재하기 시작했어요. 시력이 좋지 않거나 한글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이 기능은 정말 큰 도움이 돼요. 또 글자 크기를 키우는 버튼이나 화면 전환 속도를 느리게 조절하는 기능도 점점 늘고 있어요. 이런 기능은 사실 그리 복잡하거나 비싼 기술이 아니에요. 단지 그런 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놓쳐왔던 거죠. 기술이 사람을 고려하는 순간은, 그렇게 아주 작은 배려에서 시작돼요.

또한 인터페이스 자체를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구성하는 것도 중요해요. 너무 많은 정보를 한 화면에 담거나, 메뉴를 여러 단계로 나누면 오히려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특히 노년층이나 어린이, 외국인처럼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는 한 단계에서 길을 잃고 포기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메뉴는 간결하고, 아이콘은 명확하며, 선택지가 적당해야 해요. 모든 사용자가 처음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설계하는 것, 그것이 진짜 공존을 위한 시작이에요.

기술뿐 아니라 사람도 중요해요. 무인 시스템이라고 해서 사람이 완전히 사라져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무인 시스템일수록 일정 수준의 '지원 인력'이 함께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키오스크가 있는 매장에 안내 도우미가 상시 배치되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호출할 수 있는 버튼 하나만 있어도 많은 분들이 안심할 수 있어요. 무조건 모든 걸 자동화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역할을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하는 것도 기술의 일부예요.

공공기관과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부터 이런 변화에 앞장서야 해요.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업이라면, 기술 도입만큼이나 그 기술이 어떤 사회적 영향을 줄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기술을 누구보다 빠르게 도입한 기업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포용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시도를 해야 하는 거죠. 최근에는 '디지털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기업이나 기관도 늘고 있어요. 이런 기준이 일상화되면, 기술은 점점 더 다양한 사람에게 열린 도구가 될 수 있어요.

또 하나 중요한 건 교육이에요.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사용하는 사람이 불안하고 낯설게 느낀다면 그 기술은 절대 환영받을 수 없어요. 그래서 디지털 교육도 단지 기능을 익히게 하는 데 그치면 안 돼요. 왜 필요한지,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해봐도 괜찮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함께 제공해야 해요. 교육 현장뿐 아니라, 가족 내에서도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분위기가 생기면 좋겠어요. 부모님께 앱 설치를 알려드리거나, 자녀가 키오스크를 함께 사용해보며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기술은 원래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기술이 너무 앞서 나가고, 사람은 그걸 쫓아가기 바쁜 상황이 되어버렸죠. 하지만 우리가 기술 발전의 속도를 조금 줄이고, 잠시 멈춰 서서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이걸 잘 따라오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며 공존할 수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기술은 더 화려하고 빠른 것보다, 더 포용적이고 공존할 수 있는 것들이어야 합니다. 키오스크든 앱이든 어떤 형태의 기술이든 간에, 그 안에는 사람을 향한 배려가 담겨 있어야 진짜 미래라고 할 수 있어요. 누구도 멈추지 않고, 누구나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그건 더 멋진 디지털 세상을 만드는 첫 번째 조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