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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가격을 더 비싸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앵커링 효과’란?

by Lee x Lee 2025. 3. 4.


소비자는 항상 합리적으로 가격을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은 앵커링 효과와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떻게 가격이 제시되느냐에 따라 다르게 인식하게 되는데요. 이를 심리학에서는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부릅니다. 이는 사람들이 처음 접하는 숫자나 정보(앵커)에 크게 영향을 받아 이후의 판단을 내린다는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 10만 원짜리 신발이 원래 20만 원이었는데 할인된 가격이라고 하면 소비자는 더 저렴하다고 느끼고 구매 결정을 쉽게 내립니다. 사실 10만 원이 적정 가격일 수도 있지만, 처음 제시된 20만 원이 앵커 역할을 하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 보이게 만드는 것이죠. 이번 글에서는 앵커링 효과가 어떻게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조종하는지, 그리고 기업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고객이 가격을 더 비싸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앵커링 효과’란?
고객이 가격을 더 비싸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앵커링 효과’란?

앵커링 효과란? 소비자는 왜 첫 번째 정보에 영향을 받을까?

앵커링 효과란 사람의 의사결정이 최초로 접한 정보(앵커)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현상을 말합니다. 특히 가격을 평가할 때 처음 본 숫자가 기준점이 되어 이후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데요. 이 개념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연구에서 처음 제시되었습니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특정 제품의 적정 가격을 따로 조사하기보다는 처음 제시된 가격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짜리 TV를 보고 난 후 50만 원짜리 TV를 보면 저렴하다고 느끼지만, 처음부터 50만 원짜리 TV만 봤다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처음 접하는 가격 정보가 소비자의 인식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앵커링 효과입니다.

 

이 효과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제품 상세 페이지에서 "정가 199,000원이나 할인가 99,000원"처럼 할인된 가격을 강조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소비자는 99,000원이 아니라 199,000원을 기준점으로 삼아 "50% 할인받았다"는 느낌을 받으며 구매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앵커링 효과를 활용한 기업들의 가격 전략

기업들은 소비자의 가격 인식을 조정하기 위해 앵커링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비싼 옵션을 먼저 제시하는 전략과 중간 가격대를 유도하는 미들 옵션 효과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전략이 어떻게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조종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비싼 가격을 먼저 보여줘야 저렴해 보인다 – 프리미엄 앵커 전략

앵커링 효과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기법 중 하나는 가장 비싼 옵션을 먼저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처음 접한 가격을 기준으로 이후 가격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먼저 제시하면 그다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집니다. 이를 ‘프리미엄 앵커 전략’이라고 합니다.

 

애플은 이 전략을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입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을 발표할 때 항상 최고가 모델을 먼저 공개합니다. 만약 아이폰 프로 모델이 200만 원대라면, 기본 모델인 아이폰이 130만 원에 출시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느껴지게 됩니다. 사실 130만 원도 높은 가격이지만, 처음 본 200만 원이 앵커 역할을 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죠.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러한 전략을 자주 활용합니다. 자동차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에게 처음에 최고급 트림(옵션이 가장 많은 모델)을 소개하고, 이후 기본 모델을 보여줍니다. 이때 소비자는 "기본 모델도 꽤 괜찮고 저렴하네"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 기본 모델도 충분히 높은 가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최고가 모델과 비교하며 가격을 상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덜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이죠.

 

이 전략은 백화점에서도 많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짜리 코트를 먼저 보여준 후 50만 원짜리 코트를 보여주면, 소비자는 50만 원짜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만약 처음부터 50만 원짜리를 봤다면 "비싸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처음 접하는 가격이 소비자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들은 일부러 가장 비싼 옵션을 먼저 노출하는 것입니다.

 

 

중간 가격을 유도하는 미들 옵션 효과

앵커링 효과는 소비자가 가장 많이 선택할 가격대를 유도하는 데도 활용됩니다. 많은 기업들은 가장 많이 팔고 싶은 제품을 ‘중간 가격대’에 배치하고, 소비자가 이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이를 ‘미들 옵션 효과(The Decoy Effect)’라고 합니다.

 

스타벅스의 커피 메뉴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스타벅스에서는 톨(Tall), 그란데(Grande), 벤티(Venti) 크기로 커피를 판매하는데, 소비자가 가장 많이 선택하는 크기는 그란데(중간 사이즈)입니다. 왜 그럴까요? 스타벅스는 벤티(가장 큰 사이즈)를 일부러 비싸게 책정하고, 톨(가장 작은 사이즈)은 상대적으로 양이 적어 보이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벤티는 부담스럽고, 톨은 아쉬운 선택처럼 느껴지게 되죠. 결과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이는 그란데를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이런 전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햄버거 세트를 주문할 때 ‘스몰, 미디엄, 라지’ 옵션이 있다면 대부분의 고객은 미디엄을 선택하게 됩니다. 스몰은 너무 작아 보이고, 라지는 너무 부담스러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미디엄이야말로 기업이 가장 팔고 싶은 제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들은 소비자가 중간 가격대를 가장 합리적이라고 느끼도록 심리적 장치를 만들어두는 것이죠.

 

이러한 미들 옵션 효과는 전자제품이나 구독 서비스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요금제를 보면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때 베이직 요금제는 일부러 기능을 제한해 불편하게 만들고, 프리미엄 요금제는 너무 비싸 보이도록 설계합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중간 가격대인 스탠다드 요금제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기업들은 가격을 단순히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구매하도록 심리적 장치를 설계합니다. 프리미엄 앵커 전략과 미들 옵션 효과를 활용하면 소비자는 자신이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기업이 의도한 방향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가격은 숫자가 아니라 심리 싸움이다

앵커링 효과는 소비자의 가격 인식을 조정하는 강력한 심리학적 원리입니다. 처음 접한 가격이 기준점이 되어 이후의 판단을 결정하게 되며,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제품을 더 저렴하거나 가치 있어 보이게 만들죠. 스타벅스, 애플, 백화점 등 다양한 브랜드가 이 전략을 사용하고 있으며, 고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앵커링 효과가 항상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허위 할인이나 가격 조작이 포함될 수도 있기 때문에, 현명한 소비를 위해서는 가격 정보를 다각도로 비교하고 판단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이제부터 쇼핑할 때, 처음 본 가격이 정말 적절한 가격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앵커링 효과를 알고 있다면,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